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박지웅, 시 '나비를 읽는 법' 본문

일상생활/좋은글

박지웅, 시 '나비를 읽는 법'

알 수 없는 사용자 2015. 5. 26. 18:2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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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색의향기문화원에서 보내오는 메일이 있는데 내용이 좋아 공유드립니다.





나비를 읽는 법



나비는 꽃이 쓴 글씨 

꽃이 꽃에게 보내는 쪽지

나풀나풀 떨어지는 듯 떠오르는

아슬한 탈선의 필적

저 활자는 단 한 줄인데

나는 번번이 놓쳐버려

처음부터 읽고 다시 읽고

나비를 정독하다, 문득

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

나비가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


- 박지웅, 시 '나비를 읽는 법' 중에서 -






꽃이 꽃에게 말을 걸고 싶을 때

나비를 불러들일까요.

예쁜 여학생에게 보내는 남학생의 편지를

동네 꼬마가 대신하듯.

나풀나풀 전한 나비의 문장이

허공을 기록한 단 한 줄이어도

꽃은 그 속에 숨은 감정을 다 헤아릴 겁니다.


시끄러움에만 익숙한 사람만이

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숨은 문장을 읽지 못할 뿐이지요.

표정만 살펴도 알 수 있는 것들을

우리는 얼마나 많이 흘려버리는 것일까요.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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