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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그곳을 못 잊는 것은] 글귀, 수필 '제주 오름' 중 - 손광성 본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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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그곳을 못 잊는 것은] 글귀, 수필 '제주 오름' 중 - 손광성

알 수 없는 사용자 2015. 6. 9. 17:2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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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색의향기문화원에서 보내오는 메일이 있는데 내용이 좋아 공유드립니다.







그곳을 못 잊는 것은


제주도를 못 잊는 것은, 

못 잊어 노상 마음이 달려가 서성이는 것은 

유채꽃이 환해서도 아니고, 

천 일을 붉게 피는 유도화가 고와서도 아니고, 

모가지째 툭 툭 지는 동백꽃이 낭자해서도 아니다.

어느 아득한 전생에서인가 나를 버리고 야반도주한 여자가, 

차마 울며 잡지 못해서 놓쳐 버리고 만 여자가, 

삼태성을 지나 북두칠성을 돌고, 

은하수 가에서 자잘한 별무리들 자분자분 잠재운 가슴으로 어느 봄날 문득, 

할인 마트나 주말여행을 다녀온 여인처럼, 

아무 일 없다는 표정으로 나타나서, 

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.

가슴 언저리 어디쯤 얼굴 묻고 누우면, 

누워서 한나절이나 반나절이나 칭얼거리다가, 

모슬포 앞 바다 자갈밭을 핥는 파도도 

칭얼거리다가 지쳐서 잠이 들 때쯤이면 

청동 거울처럼 반질한 내 해묵은 불면증도 곤히 잠들지 싶어서다.


- 손광성, 수필 '제주 오름' -



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어디 한두 번일까요.

소란스러움이 다 가라앉으면, 바쁜 일이 얼추 끝나면

제주 오름 그 가슴 언저리에 얼굴을 묻고 눕고 싶은 때.

그런 날을 기대하며, 지금의 답답한 상황을 견뎌내야겠습니다.